[N인터뷰] 이제훈 "날 성장시킨 '사냥의 시간'…인생은 맞서 싸우는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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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이제훈 "날 성장시킨 '사냥의 시간'…인생은 맞서 싸우는 것"(종합)
  • 고승아 기자
  • 승인 2020.05.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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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파수꾼'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이제훈(36)이 9년 만에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사냥의 시간'으로 재회했다. 그 사이 영화 '고지전' '건축학개론' '박열' '아이 캔 스피크'와 드라마 '시그널' 등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입지를 다져온 이제훈. 이번 '사냥의 시간'을 통해 강렬한 변신에 도전한 그는 영화를 통해 성장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최근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관련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월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영화다. 이제훈을 비롯해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이 출연하며 '파수꾼' 윤성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되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에서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 역을 맡았다. 그는 목표를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의리와 패기로 친구들을 이끄는 준석의 강렬한 모습과 함께 정체불명의 추격자에게 쫓기는 극한의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사냥의 시간'이 긴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게 됐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사냥의 시간'이 나온 것 자체가 신기하고 놀랍다. 사실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 전 세계 사람들 190개국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배우로서 고무적이다. 공개되고 나서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지금 외출이 조심스럽다 보니까 TV를 시청하시지 않나. 태블릿으로 볼 수 있는데 너무 잘 봤고 고생 많이 했겠다.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굉장히 공포감과 그 에너지들이 넘쳐나서 숨죽이고 봤다는 반응을 들었다.

-사실 개봉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게 됐는데.

▶원래 영화가 2월 말에 개봉하려고 했었다가, (코로나19로) 개봉을 무기한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넷플릭스를 만나게 되면서 너무 뜻밖의 일이라 신기했다. 전 넷플릭스를 좋아하는데, 190개국에 보이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번 연기가 되면서, 매우 아쉬웠지만 그래도 공개되는 부분에 있어선 의심하지 않았다. 많은 부분에 이야기되고 걱정도 해주셨지만 의연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물론, 극장 개봉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넷플릭스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성현 감독과 '파수꾼' 이후 9년 만에 재회해 '사냥의 시간'을 선보이게 됐는데, 호흡은 어땠나.

▶'파수꾼'을 찍은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때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는 시기였는데 '파수꾼'을 만나 장편 영화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고,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가 됐다. 그때 윤성현 감독을 만날 수 있어서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시기가 됐고, 그게 저라는 배우의 초석을 굉장히 다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들, 진지하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그런 모습들을 (감독에게서) 보면서 연기할 때도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사냥의 시간'이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에 나오는 작품이다. 그 시간 동안 세계관이 더 깊어졌고, 영화적인 부분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에너지가 가득한 걸 느꼈다. 그래서 저도 이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것, 구현해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배우니까 모든 걸 다 주자. 디렉션을 다 받아들여서 진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쏟아내자'고 생각했다.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박정민도 '파수꾼'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는데.

▶박정민 배우도 마찬가지로, 열정은 있는데 방법적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 드라마 경험을 쌓아가면서 뭔가 성숙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같이 촬영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독립영화를 했던 '시네 키즈'에서 영화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책임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서로 잘하자는 의지를 다진 것 같다.

-윤성현 감독이 이제훈을 보고 '준석'을 썼다고 하는데 준석과 닮은 모습이 있나.

▶저 그렇게 거칠고 욕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 가끔 그런 모습을 윤성현 감독한테 보여줬나 싶다.(웃음) 그래서 준석이라는 캐릭터를 절 보고 쓰신 건가. 사실 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제가 다양한 모습이 있을 텐데, 친절하고 다정한 부분도 있겠지만, '파수꾼' 찍을 때 화를 내거나 이 상황에 대해 부조리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감독에게 굉장히 거칠게 피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을 준석에 투영시킨 게 아닐까. 그래서 준석을 읽을 때 특별히 이질감이 없었다.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이라 할까. 준석이 유토피아를 꿈꾸며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데, 그 모습도 제가 연기하는 모습에서 (감독이) 찾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전 작품 할 때 이게 마지막이고, 내 모든 걸 쏟아내고자 생각하는데 그런 걸 준석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준석을 연기할 때 캐릭터 분석보다는 상황에 대한 걸 느끼고 체험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우들과 앙상블과 즐기고 노는 부분, 또 쫓기는 상황에서 똘똘 뭉쳐 이겨내자는 생각이 강했다.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사냥의 시간'을 촬영하면서 다들 힘들었다고 밝혔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연기를 하면서 고생스러웠던 점이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실제로 겪은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 전 중학교 1, 2학년 즈음에 학교 가다가 불량한 형들이 여기로 오라고 하더라. 그냥 뛰었다. 학교에 무언가 돈을 내는 날이어서 봉투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근데 이걸 뺏기면 어머니에게 혼날 것 같더라. 그때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 기억이 강렬하다.(웃음) 그런 것에 대한 무서움들이 있었기 때문에, 물론 누군가에게 사냥당한다는 체험은 하기 어렵지만 쫓기는 부분에 대해서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도 더 몰아붙였고, 저도 안주하지 않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을 계속했다. 지하주차장 신에서 '한'(박해수 분)이 어디 있는지 경계하는 장면을 찍을 때, 매우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몸에서 열이 나니까 자세히 보면 몸에서 아지랑이처럼, 증기가 나온다. 신기하더라.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뭔가 이런 모습일까 생각도 했다. 이런 걸 계속 느끼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계획보다는 그 순간을 느끼려고 했고, 이렇게 연기가 됐다는 게 저도 한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번에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난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와 호흡은 어땠나.

▶안재홍 배우는 독립영화를 했던 사람으로서, 항상 독립영화를 보고 좋은 배우들이 없는지 궁금해하더라. 저도 '족구왕' 보면서 언젠간 꼭 같이 작품을 할 것이란 로망이 있었다. 기대감이 컸는데, 이번에 만나 보니 기대 이상이더라. 저와 죽도 잘 맞고, 영화를 보는 시선도 안 좋아할 수가 없더라. 앞으로도 같이 하고 싶다. 최우식 배우도 마찬가지다. 영화 '거인'을 보고 이런 신성과 만날 거란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날 줄 몰랐다. 영화 속에서 친구로 나오지만, 현장에서 제게 자꾸 '형님' 하면서 따르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친동생이 있으면 우식이 같으면 좋겠다. 데리고 다니고 싶은 동생이자 배우다. (박)해수 형은 느낌이 확 왔다. 엄청난 것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감과 이미지가 있었다. 이 사람이 '한'이 아니고선 무엇일까 싶더라. 만날 때 나름 긴장도 했다. 그런데 제가 봤던 사람 중에 가장 순박하고 착하다. 하하. 형한테 착하단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너무 좋다. 허허실실 다 받아주신다.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사냥의 시간'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만에 가서 느끼는 상황들이 은유적인 비유들이 많이 생각나더라. 하고 싶은 부분에 있어 현실적인 부분으로 인해 포기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다시금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까. 한편으로는 그게 운명이란 생각도 든다. 배우의 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저도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시간이 있었는데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끝장을 보고 내가 최선을 다했나' '부끄러움이 없었나' 이런 부분들을 마지막 장면 찍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저는 마지막 장면이 결코 도망갈 곳이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맞서 싸우고 이겨내야 하는 게 인생이 가야 할 방향이지 않겠냐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준석과 한의 마지막 대치 상황에서 제3자가 개입하면서 상황이 정리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사실 제3자가 없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꿈꾸는 유토피아도 갈 수 없었을 것이고.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매번 틀어지는 게 아닐까. 나는 분명히 계획을 짜지만 세상의 풍파와 관계 속에서 바뀌지 않나. 그런 의외성이 있는데 그게 또 세상을 살아가는 느낌 아닐까. 이 영화가 여지를 주고, 상상을 주는 것 같다. 그는 돌아와서 어떻게 됐을까, 계획한 일을 실행했을까, 돌아가서 마주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을 겪는 것도 예상할 수 없었지 않나. 항상 확신을 하고 예단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지 않나. 또 그것에 맞서서 타개하는 게 우리 몫이고.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사냥의 시간'에 대해 분위기와 연기력에 대한 호평과 함께, 디스토피아라는 세계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도 있다.

▶우선 이런 영화가 한국에 있었나 생각해보면 딱히 비교되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참여한 부분에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저는 영화적인 이야기에 대해 어떤 작품에 대해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를 곱씹는 편이다. 내가 본 작품이 왜 그렇게 진행됐고, 왜 그렇게 스토리가 이어졌을지 의도에 대한 해석을 하고 그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두세 번 다시 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의문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다시 한번, 혹은 N차 관람이라고 하듯, 다시 봐주시고 새롭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저는 여운이 남는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같이 작품을 본 사람들과 공유하는 걸 좋아한다. '사냥의 시간'도 그런 부분들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사냥의 시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이것도 예단하기 조심스럽지만,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힘들고 지치고 나를 바닥까지 내리게 하는 그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촬영 기간도 너무 길었고, 준석으로서 굉장히 쫓기고 괴로워하고 힘든 그 순간들을 계속 만들어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다가 황폐해지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재밌는 건, 이 작품의 세계에서 빨리 도망가고 싶었는데 끝나고 나서 돌이켜 보니까 그 시간이 저를 성장시킨 것 같다. 이후 작품들에 체력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많이 넓히게 해줬다. 그리고 안 좋은 상황에서,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서 저를 의연하게 만들어준, 성숙하게 만들어준 시간이 됐다. 앞으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작품을 만날까.(웃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