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1일(월) 오후 7시 30분,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YEORO(여로)가 주최하는 <제4회 여로 창작 합창제: 김소월을 말하다>가 열린다. 이번 무대는 여로 콘서트 시리즈의 25번째 공연으로, 12명의 젊은 작곡가들이 김소월의 시를 바탕으로 한 창작 합창곡을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이 자리에서 시와 선율의 새로운 조우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휘자 윤선영

클래시안은 이번 합창제에서 김소월의 시 「님의 노래」, 「둥근 해」, 「가는 길」, 「꿈으로 오는 한 사람」을 지휘하는 지휘자 정제호를 만나, 그의 음악 세계와 예술관을 들어봤다.

― 안녕하세요, 지휘자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선영: 안녕하세요. 저는 소프라노이자 합창지휘자 윤선영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합창지휘를 전공했습니다. 현재는 서울유스콰이어 공동 음악감독, 문화복지 비영리단체 이노비(EnoB) 음악감독, 이화챔버콰이어 소프라노 단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 현장에서 창작과 연주, 교육을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 이번 음악회에서 지휘하시는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윤선영: 이번 음악회에서는 김소월 시를 바탕으로 한 창작 합창곡 네 곡을 지휘합니다. 남정훈 작곡 <님의 노래>, 김하은 작곡 <둥근 해>, 주은혜 작곡 <가는 길>, 이상준 작곡 <꿈으로 오는 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했던 점은 마치 곡들이 ‘자신의 주인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지휘자에게 자연스럽게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세 명의 지휘자 모두 한 치의 갈등도 없이 “이건 내 곡이다”라는 확신이 있었고, 100% 만족하며 작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준 기획자님도 곡들을 처음 듣자마자 ‘이 곡은 누구에게 어울릴지’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곡과 지휘자 사이에 어떤 운명적인 연결이 있었던 듯해, 그 점이 저에게는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 악보를 처음 마주하셨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이나 인상은 무엇이었나요?
윤선영: 흔히 김소월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진달래꽃, 산유화, 엄마야 누나야처럼 이미 많이 알려진 시들이잖아요. 그런데 이번 연주에서는 “이런 시도 있었나?” 싶은 작품들이 작곡되었더라고요. 작곡가님들의 선택이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웠고, 덕분에 김소월의 다양한 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김소월 시와의 인연이 깊습니다. 약 10년 전, 2016년 미국합창지휘자연합회(ACDA) 주최 국제 지휘자 교류 프로그램(ICEP)에 참여했을 때, 미국 세인트클라우드 주립대 합창단에게 김소월의 산유화(김현철 작곡)를 직접 가르치고 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 학생들이 김소월의 시적 정서를 섬세하게 받아들이고 표현했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무대가 더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 음악적 해석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윤선영: ‘시와 음악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언어가 지닌 숨결, 정서, 리듬을 합창이라는 집단적인 사운드로 어떻게 유기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고, 각 작품의 개성과 구조를 명확히 살리는 동시에 청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도록 구성했습니다.

― 김소월 시의 정서를 합창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도전이 되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윤선영: 특히 이상준 작곡 <꿈으로 오는 한 사람> 같은 경우, 시 자체는 매우 내면적이고 깊은 감정을 담고 있는데 반해, 멜로디는 상대적으로 밝고 아름다운 느낌이어서 그 간극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낼지가 큰 고민이었습니다. 멜로디를 지나치게 드러내면 시가 품고 있는 절제된 감정이 묻히고, 반대로 시의 정서에만 집중하면 곡의 음악적인 흐름이 무거워질 수 있어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이 가장 도전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시와 음악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지, 리허설 내내 많은 고민과 시도를 반복했습니다.

― 리허설 과정 중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어려움이 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윤선영: 이번 공연은 막 완성된 따끈따끈한 신작들이 무려 12곡이나 초연되는 무대였기 때문에 지휘자, 반주자, 연주자 모두가 악보를 익히고 연습할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현대 창작곡이다 보니 참고할 만한 음원에 한계가 있어서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우리만의 해석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의 해석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각자의 감각과 해석에 집중해 순수하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 청중이 특히 주목해 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윤선영: 각 곡의 ‘침묵 이후의 소리’에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님의 노래>에서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그리움이 음 사이사이에 숨어 있고, <둥근 해>에서는 단단한 화성 안에서도 따뜻한 생명감이 느껴집니다. 시의 정서가 어떻게 음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며 들어보신다면, 작품의 깊이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또한, 임경진 작곡 <두 사람>과 주은혜 작곡 <가는 길>은 일종의 세트처럼 연결되는 구조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가는 길>과 <두 사람>은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의도된 작품입니다. 실제로 두 곡이 연작처럼 곧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처럼 감상하신다면 더욱 깊은 인상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문학과 음악’,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무대가 지휘자님께 주는 의미는?
윤선영: 이번 무대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서, ‘시간을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전통 시와 현대 음악의 만남, 문학과 합창의 조화는, 각기 다른 시대와 감성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지휘자로서 이러한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 이번 공연을 통해 청중에게 어떤 감정이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시나요?
윤선영: “김소월에게 이런 시도 있었구나”, “익숙한 시가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곡이 세상에서 처음 연주되는 초연 곡이구나”—이런 감정들이 관객분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젊은 작곡가들과 지휘자들이 함께 창작 합창제를 기획하고, 전혀 새로운 음악을 세상에 선보였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창작 작품이 소개되고, 우리 합창계에 새로운 바람이 계속 불어오길 바랍니다. 그 시작점에 여러분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될 것 같습니다.

― 지휘자님께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예술이 가장 예술답게 느껴지는 순간은?
윤선영: 예술은 소수만을 위한 고상하고 어려운 행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보편적인 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가장 예술답게 느껴지는 순간은,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려주고, 그 사람의 삶에 작은 의미나 울림을 더해줄 때입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 앞으로 지휘자로서 도전하고 싶은 무대나 시도가 있다면?
윤선영: 문학 기반 창작 합창을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현대 시, 여성 작가의 글, 비서사적 텍스트 등 다양한 문학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실험해보고 싶고, 국악기나 전자음악 등 새로운 매체와의 결합도 탐구하고자 합니다.

― 최근 주목하고 있는 예술 흐름이나 관심 있는 기술·음악적 변화가 있다면?
윤선영: AI와 인간의 협업, 그리고 공간 기반 몰입형 사운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관객이 단순한 ‘청중’이 아니라 ‘경험자’로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공연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무대를 찾아주실 관객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윤선영: 김소월의 시는 단지 교과서 속에 머무는 고전 문학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무대를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김소월은 어린 시절 한컴 타자 연습의 예문으로 가장 익숙하게 다가왔던 시인이기도 하고, 지휘를 공부하면서 미국의 지휘 현장에서 산유화를 가르치고 연주했던 기억까지—언제나 인연처럼 제 곁에 있었던 존재였습니다. 이번 합창제를 통해 그런 개인적인 인연을 음악으로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진심으로 뜻깊게 생각합니다. 짧지만 진한 삶을 살았던 김소월 시인의 감정을 음악을 통해 엿보는 시간이 되기를, 그리고 이 무대가 여러분에게도 마음으로 느끼고 오래 기억될 감동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지휘자 윤선영이 참여하는 <제4회 여로 창작 합창제: 김소월을 말하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음악 창작단체 여로의 SNS 채널 및 NOL 티켓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안 이현승 기자

*클래시안에서는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classian.korea@gmail.com을 통해 메일 제보, http://www.classian.co.kr/ 기사제보란을 통해 온라인 제보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