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꿈터 놀이공장(대표 홍성연)이 9월 21일 오후 6시 모두예술극장 모두스튜디오에서 어린이 뮤지컬 ‘이상하고 아름다운 하얀 숲’의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배리어프리를 넘어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공연 제작 단계부터 적용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나이, 성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 방식이다. 창작꿈터 놀이공장은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의 과정’ 지원사업을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 뮤지컬의 프로토타입 개발에 나섰고, 그 결과물로 이번 작품을 선보였다. 기획 단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리서치를 진행했으며, 구도윤 작가가 대본을, 민찬홍 작곡가가 음악을 맡았다. 이야기기획단 ‘시작과끝’이 기획 전반을 담당해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은 시각장애 어린이 ‘연이’가 꼬리를 잃은 여우 ‘미호’와 함께 신비로운 하얀 숲을 여행하며 성장하는 판타지 모험담이다. 여행 과정에서 두 인물은 서로의 감각을 교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한다. 이를 통해 장애 관객과 비장애 관객 간 감각 격차를 줄이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치로 설계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해설을 제공하는 대신, 극 자체의 나레이션을 통해 모든 관객이 동일한 이야기를 듣고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쇼케이스에는 시각장애 당사자와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작품의 전개와 장면별 표현 방식을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르지 않고, 다른 이들과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은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는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지침이 됐다. 창작꿈터 놀이공장은 이번 피드백을 반영해 작품을 발전시켜 본공연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홍성연 연출은 “장애를 ‘감각하는 방식의 차이’로 바라보며, 특정인을 위한 장치가 아닌 무대 언어로서의 배리어프리 요소를 개발하고 있다”며 “배리어프리 장치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고, 그것이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상하고 아름다운 하얀 숲’은 통합적 관람 경험을 지향하는 새로운 공연 양식을 제시하며, 배리어프리 공연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