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의 시간은 종종 한 번의 만남으로 기억된다. 세계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가 14년 만에 다시 듀오로 호흡을 맞춘다. 두 연주자는 오는 2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자벨 파우스트 & 알렉산더 멜니코프 듀오 콘서트’를 통해 20세기 음악의 결정적 순간들을 조망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2012년 듀오 내한 이후 오랜 시간 축적된 음악적 신뢰가 다시 무대 위에서 결실을 맺는 자리다. 화려한 기교보다 악보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구조적 통찰로 정평 난 두 연주자는, 20세기 음악의 긴장과 사유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깊은 음악적 대화를 나눈다.

파우스트는 고전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폭넓은 레퍼토리 속에서도 언제나 투명한 음색과 절제된 표현으로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해 온 연주자다. 멜니코프 역시 섬세한 터치와 구조적 명료함을 바탕으로 작품의 내면을 꿰뚫는 해석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로 평가받아 왔다. 두 사람의 만남은 화려한 협연을 넘어, 동등한 음악적 사유가 오가는 실내악적 이상을 구현해 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번 무대의 중심에는 20세기 음악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네 작품이 놓인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멜로디’는 절제된 서정 속에 현대적 감각을 담아내며 문을 연다. 이어지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는 작곡가 말년의 내면적 성찰이 응축된 작품으로, 고요와 긴장이 교차하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2부에서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페루초 부소니의 작품이 이어진다. 쇤베르크의 ‘환상곡’은 12음 기법 위에서 자유로운 형식과 밀도를 펼쳐 보이며, 부소니의 ‘소나타 제2번’은 낭만과 근대를 잇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사유의 확장을 보여준다. 네 작품은 각기 다른 미학을 지녔지만, 하나의 흐름 속에서 20세기 음악이 맞닥뜨린 질문과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자벨 파우스트와 알렉산더 멜니코프는 그동안 수차례의 음반과 무대를 통해 동시대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쌓아 왔다. 이번 예술의전당 공연은 그 축적된 시간이 만들어내는 밀도 높은 해석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공연예술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이번 듀오 콘서트는 예술의전당이 선보이는 2026년 상반기 주요 실내악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제시하는 20세기 음악의 깊이를 국내 관객에게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랜 시간 다시 만난 두 거장의 대화가 어떤 울림으로 남을지, 공연예술계의 시선이 이 무대에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