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8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이탈리아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가 “기악과 오페라를 모두 소화하는 양면성을 지닌 오케스트라로 국립심포니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아바도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교향악과 오페라는 서로 다른 세계이지만, 반드시 대화해야 하는 관계”라며 “두 장르가 지닌 특성을 살려 국립심포니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해 앞으로 3년간 악단을 이끈다.

아바도와 국립심포니의 인연은 2023년 예술의전당 제작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에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베르디 ‘레퀴엠’ 정기연주회를 통해 다시 호흡을 맞췄고, 이 과정에서 음악감독 제안을 받았다. 그는 “첫 만남에서 국립심포니가 이탈리아 오페라 특유의 유연한 악구를 자연스럽게 구현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밀라노 음악 명문가 출신이다. 조부 미켈란젤로 아바도와 부친 마르첼로 아바도 역시 음악가로 활동했다. 아바도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받아왔다”며 “지휘자 역시 단원들의 소리를 듣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동안 세 가지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시즌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다. 첫해에는 멘델스존과 슈만을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 레퍼토리에 집중하고, 이후 ‘괴테와 음악’, ‘셰익스피어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문학과 음악의 관계를 조명한다. 아바도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되, 단원들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유연성도 함께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취임 연주회는 오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레스피기의 ‘환상적인 장난감 가게’, 베르디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중 ‘사계’,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 등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는 “신년 음악회지만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밝음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바도는 전통 레퍼토리뿐 아니라 현대 음악에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한국 작곡가들의 신작을 포함해 동시대 음악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국립심포니를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창작이 공존하는 오케스트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국립심포니가 기악과 극음악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갖춘 악단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