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클래식 음악계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실무서 한 권을 내놓았다. 피아니스트이자 레이블 운영자인 김주상이 쓴 클래식 음악 레이블 운영 가이드가 그것이다. 연주 중심의 활동에 머물러온 기존 클래식 음악인의 경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기획자이자 제작자, 나아가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공연 기획과 음반 제작, 디지털 유통, 홍보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음악 레이블 운영 전반을 실제 경험에 기반해 정리했다. 추상적인 성공론이나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얻은 판단 기준과 시행착오를 중심에 둔 점이 특징이다.

저자 김주상은 만 17세에 독일로 유학해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 학·석사 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국내외 콩쿠르 성과와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온 그는 동시에 레이블 대표로서 공연과 음반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해 왔다. 앞서 음악가의 진로와 유학 현실을 다룬 저서들에 이어,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운영과 구조의 문제를 꺼내 들었다.

책이 출발하는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오늘날 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기획사를 통하더라도 상당 부분을 자부담으로 공연을 제작하고, 그마저도 객석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회성 프로젝트를 반복하는 구조 자체가 음악가의 지속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한다. 음악가 역시 자신의 작업을 책임지는 사업가로 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성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클래식 음반 기획을 시작으로 녹음, 믹싱과 마스터링, 디지털 음원 파일 형식, 앨범 아트 디자인, 유통 계약까지 레이블 운영의 기초를 다룬다. 어쿠스틱 사운드 녹음, DDP와 돌비 애트모스 파일 등 전문 영역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설명해 전공자에게 필요한 실무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2장은 공연 기획에 초점을 맞춘다. 연주자 섭외와 출연 계약서 작성, 공연장 대관, 홍보물 제작, 티켓 판매, 현장 운영까지 공연 제작 전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한다. 공연을 단순히 무대에 오르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프로젝트로 바라보게 하는 시각이 담겼다.

3장은 홍보와 마케팅,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다. 네이버 인물 정보 등록, 포털 뉴스 기사 송출, 블로그·인스타그램·유튜브 운영 등 많은 음악가들이 부담을 느끼는 디지털 환경의 실무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저자는 이를 자기 과시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과 활동을 정확히 설명하고 기록하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동시대 청중과의 연결 방식을 현실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화려한 성공담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음악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 할 구조와 준비를 차분히 짚어간다. 공연 하나, 음반 하나가 소모로 끝나지 않고 축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클래식 음악가뿐 아니라 공연예술 전반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참고서로 읽힐 만하다.

한편 클래식 음악 레이블 운영 가이드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